고통이 존재해도 살아가야겠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비극적 낙관주의라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살면서 누구나 하나씩은 생기기 마련인 지병과 벌써 10여년을 함께 지내고 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또 어차피 생로병사의 고통은 인간의 숙명이니까 크게 동요되는 일 없이 마음만큼은 무던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약도 잘 챙겨먹고 있고 쓸데없이 “나는 약 같은 거 없이도 혼자 병을 이겨낼 수 있다!” 같은 객기는 잘 부리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그런 믿음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고 불필요한 고통은 최대한 줄이고 싶기 때문에 밥 먹고 매일 병 고치는 일만 생각하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런분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없을 수도 있을텐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딱 한 번 약을 끊어본 적이 있는데 왜 약에만 의존하고 다른 민간요법 등은 시도해 보지 않냐는 엄마의 끈질긴 설득에 반쯤 체념해서 그래 그냥 어떻게 되는지 보자 하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실패할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실패해서 고통과 약 용량만 더 늘리는 엔딩이었다.
이 때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엄마가 나에게 “너는 왜 이렇게 부정적이냐”고 계속 나무랐던 점이다. 내가 나의 병을 인지하고 최대한 행복하게 유병장수하기 위해 첨단과학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부정적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의 시선에서 볼 때는 병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있는 병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외면하고 또 나를 돌볼 책임으로부터 무책임하게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나 자신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는 꽤나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해석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삶에 도움이 되는 긍정이란 나는 절대 생로병사의 고통 따위를 겪지 않을 거라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어떤 일이 닥치든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가 나를 보살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일 거다.
그러다 얼마 전 이러한 태도를 일컬어 ‘비극적 낙관주의(Tragic Optimism)’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삶의 유한함과 인간이기에 겪어야만 하는 고통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겠다는 태도를 의미한다. 내가 나를 스스로 꽤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앞으로도 좋은 일 만큼이나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겠지만 그럼에도 쉽게 죽지는 않으리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다. 아마 나름의 풍파를 이겨내고서 얻은 마음의 훈장 같은 무엇일 것 같다.
한 연구에서도 지난 팬데믹과 같이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려움을 심하게 느낀 사람들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비극적 낙관주의가 행복과 더 큰 상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울 때일수록 그 어려움을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크게 힘들지 않을 때에는 대충 다 잘 될 거라는 안일함만 가지고도 마음이 크게 추락하는 일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큰 어려움이 닥쳐와서 그런 안일함만으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에서) 나는 계속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덤덤한 믿음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깨달음이 바로 심리학자들이 입을 모아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삶의 의미감과 맞닿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Leung, M. M., Arslan, G., & Wong, P. T. (2021). Tragic optimism as a buffer against COVID-19 suffering and the psychometric properties of a brief version of the Life Attitudes Scale. Frontiers in Psychology, 12, 64684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정년을 마친 후에도 일하려는 건강한 신중년이 늘고 있다. 올 2분기 말 기준, 60대 후반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5.5%. 이 나이대 전체 인구 가운데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는 뜻이다.
재취업으로 인생 2막을 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최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는 중장년 재취업 시장을 집중 조명했다. 중년들의 생애 설계와 직업교육, 일자리를 지원하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황윤주 사업운영본부장이 출연했다. 황 본부장은 “어깨 힘을 빼고 새로운 직업도 마다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황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그래픽=이진영
◇은퇴 후 몸값 올려주는 자격증
-최근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자격증 취득 열기가 매우 뜨겁다.
“코로나 이후 실업자가 많이 생겼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가게를 접고 기술을 배워 재취업을 도모하는 사람이 많았졌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자격증 시장으로 몰려든 것 같다.”
-특히 임금, 처우 등이 비교적 안정적인 기술직 수요가 많게 나타난다.
“그렇다. 전반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나이, 학력, 경력 등에 제한이 없고 시험 과정도 까다롭지 않은 기술 자격증 인기가 높다. 중년 남성이 많이 딴 자격증을 살펴보면 1위가 지게차 운전 기능사다. 그 뒤로 굴착기 운전 기능사, 전기 기능사, 방수 기능사, 조경 기능사 순이다. 안정적 재취업 욕구가 반영됐다고 본다. 예컨대 가장 인기가 높은 지게차 운전 기능사 자격증은 요구하는 기업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점에서 자격증 취득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년 정도 일해야 업계에서 경력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70대 고령자도 일하는 분야이며, 경력을 쌓으면 개인 사업자로 전환해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업체에선 자격증만 보는 게 아니라 기술 숙련도를 따지기 때문에 관련 부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디지털 역량을 갖추면 취업 문이 훨씬 넓어질 것 같다.
“그렇다. 디지털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중년 일자리에서 요구하는 디지털 역량은 그리 문턱이 높지 않다. 요즘은 직무 대부분이 디지털 기반이라 아주 전문적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AI, 드론 관련 지식을 간단히라도 배워두면 좋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기술이 있으면 재취업이 쉽다지만, 사무직으로 오래 일한 분들에겐 완전 다른 분야로 전직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일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 노무일지라도, 임금이 이전만 못하더라도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해 기꺼이 하겠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시쳇말로 ‘어깨에서 힘을 빼라’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기능직 일자리조차도 취업하기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첫 연봉은 낮아도 오래 일하면 연봉은 오른다. 재취업할 때 처음부터 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 오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진로를 정해야 한다.”
-재취업 준비에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
“40대 후반이다. 물론 임금 피크제나 전직 교육 등 기회를 활용해 재취업 방향을 설정하거나 자격증을 따두는 것이 좋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년 재취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재취업 일자리에서 오래 머물고자 한다면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재취업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먼저 재단의 상담 센터를 방문하면 전문 취업 상담사에게 직업 세부 사항을 점검받을 수 있다. 역량 점검부터 취업 방향 설정, 채용 정보 수집 등까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각 캠퍼스에선 동년배들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직업훈련이 더 필요하면 인턴십도 연결해 준다. 서울에서 4곳(서부, 중부, 남부, 북부)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가까운 곳을 방문하면 좋겠다.”
-재취업이 걱정인 중장년층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일단 집에서 나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모든 것은 집 밖으로 나와서 친구들과 만나고 재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중년들이 궁금해하는 재취업 성공 전략은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그래핀 20세(GRAPHENE AT 20)’라는 문구와 함께 벌집 모양의 탄소 원자들이 여러 층으로 쌓여 있는 그림이 실렸다. 사이언스는 맨 왼쪽은 ‘그래핀’, 가운데는 ‘그래핀 나노플레이트’, 오른쪽은 ‘그래핀 산화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소재 ‘그래핀’ 탄생 20주년이다. 11일 사이언스는 그래핀 발견 20주년을 기념해 그래핀 발견의 역사와 그래핀의 잠재력을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그래핀은 흑연의 구성 물질인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2차원 막이다. 두께가 원자 한 층 수준인 0.3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정도로 얇다. 2004년 영국의 과학자 안드레 가임과 러시아의 과학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스카치테이프로 연필심의 재료인 흑연을 계속해서 붙였다 뗐다 하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흑연에서 분리해냈다. 1940년대부터 이론으로만 존재한 그래핀을 탄생시킨 것이다.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그래핀을 발견하고 그 특성을 밝힌 공로로 2010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래핀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전기 전도도가 높고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강하다. 열 전도성은 구리나 알루미늄에 비해 10배 이상 좋다. 구조적으로도 굉장히 안정적이다. 면적의 20%를 늘려도 끄떡 없을 정도로 신축성도 좋다. 더구나 이렇게 구부리거나 늘려도 전기 전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당시 그래핀은 새로운 반도체 소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으며 과학계에 스타로 떠올랐다. 유기화학 반응을 이용해 그래핀 반도체를 만들 경우 기존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래핀을 활용해 셀로판지처럼 얇은 두께의 컴퓨터 모니터나 시계처럼 팔에 착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구부러지는 터치스크린, 태양전지판, 종이처럼 접어 지갑에 넣고 다니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발견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래핀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핀을 얻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아 대량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핀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든다는 이야기다. 또 그래핀은 큰 면적으로 제조하는 것이 어렵고, 전류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는 등의 한계를 갖고 있다. 고유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 어려웠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래핀 연구는 그래핀 나노플레이트와 그래핀 산화물 이용에 집중돼 있었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는 그래핀을 여러 층으로 쌓아 100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미만 두께의 판 형태로 만든 것이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 형태로 그래핀을 여러 가지 물질과 섞으면 그래핀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그래핀 산화물은 그래핀 표면에 산화를 일으켜 만든 물질이다. 그래핀 산화물은 물에 풀어져 마치 용액처럼 다룰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제품을 제작하는 데 유용하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와 그래핀 산화물은 코팅 및 보강재처럼 기존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며 상용화되고 있다. 그래핀 나노플레이트는 부식 방지 코팅, 난연제, 전자파 차폐 재료로 쓰였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여전히 그래핀 자체도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덕분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덴마크,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 라인에 대량 사용할 수 있도록 그래핀을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국내에서는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2009년 그래핀 대면적 합성기술을 구현하고 2012년 ‘그래핀스퀘어’를 창업해 전 세계 그래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2차원 물질을 쌓아 올려 물성을 측정하는 ‘트위스트로닉스’ 연구에서도 그래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MIT) 연구팀이 그래핀 두 장을 다른 각도로 비틀어 붙여 초전도체가 되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면서부터다. 사이언스는 그래핀이 하루빨리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우리가 흔히 ‘인생은 고통’이라고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고통(suffering)의 의미에 관해 조사할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신체적, 심리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되는 의사들이 주로 만성 통증, 말기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헌들이 다수 있었다.
“고통은 개인의 온전함을 위협하는 사건들에 의해 괴로움을 경험하는 상태로 정의될 수 있다. 고통은 사회적 역할, 집단 정체성, 자기 자신과의 관계, 신체적 측면, 가족과의 관계, 또는 초월적인 존재와의 관계와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Cassell, 1982).”
1982년 에릭 카셀이라는 의사는 고통에 대해 위와 같은 정의를 내렸다. 흥미롭게도 신체적 통증 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괴로움들을 아울러 고통을 정의한 것을 볼 수 있다.
관련 문헌들을 더 조사하던 와중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를 만날 수 있었다. 헨리 비처라는 의사가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고 돌아온 군인들과 사고 등으로 인해 비슷하게 큰 부상을 입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었다.
통증과 관련해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사실이라면 의학적, 객관적으로 심각한 부상 정도와 개인이 느끼는 통증의 강도, 통증으로 인해 느끼는 불행 사이에 생각보다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부상을 입어도 어떤 사람은 아직 버틸만 하다고 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삶의 희망을 잃을 정도로 큰 영향을 받는다.
비처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온 군인들과 각종 사고로 인해 비슷한 수준의 부상을 입은 민간인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군인들의 부상이 더 심각했음에도 군인들은 민간인들에 비해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덜 받은 듯 보였다고 한다.
그 이유로 군인들은 통증은 심하지만 전쟁에서 살아나왔고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서 큰 안도감과 행복을 느꼈다는 점을 지목했다. 반면 민간인들은 평온한 일상을 누리다가 갑자기 부상으로 인해 삶이 망가졌다고 느꼈다고 한다.
부상 전후 비교의 기준이 거대한 죽음의 소용돌이였던 사람들은 부상을 입은 고통보다 죽다가 ‘살아났다’는 기쁨이 더 컸고 반대로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사람들은 부상을 갑작스럽게 닥쳐온 거대한 불운으로 바라보고 슬픔에 잠겼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군인들은 약 32%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했지만 민간인들은 83%가 강력한 진통제를 원했다고 한다. 이런 관찰을 통해 비처는 “환자들이 종합적으로 경험하는 고통의 정도는 신체적 통증이 그들에게 있어 어떤 주관적 의미를 가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나치 치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는 절대적인 절망 속에서도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고 보았다. 자신은 수용소 안에서도 이따금씩 하늘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었고 따라서 살아남았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무엇보다 마음이 텅 비어 있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죽어 나갔다고 언급했다.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아무 때에나 우리 삶을 덮쳐오지만 마음에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고 타고 있다면 적어도 우리의 마음만은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거대한 고통 앞에서도 담담하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깊게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사람은 마음이 죽을 때 진짜로 죽는다는 점이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들을 떠올려 보면 몸이 힘든 것 보다도 마음이 지옥일 때였다. 주변 사람들을 믿지 못해서 내밀어진 손을 잡지 못하고 내가 나의 존엄성을 의심하고 내 삶이 가치 없다고 느낄 때면 살아있는 것이 너무 큰 짐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다른 이유보다 스스로가 자신을 하찮고 쓸모 없고 사랑 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길 때 그 괴로움에서 도망치기 위해 (살기 위해) 죽음이라는 탈출구를 선택한다는 견해들이 있다.
우리는 다 연약하고 휩쓸리기 쉬운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서 아주 작은 일에도 위태롭게 흔들릴 수 있는 미약한 존재들이다. 그런 점에서 인생은 고통이라는 표현이 꽤 정확하다고 느껴진다. 언제라도 마음이 지옥에 떨어질 수 있는 가여운 존재들이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인가보다.
그럼에도 내 고통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보다 더 크게 느껴질 때면 언젠가 뉴스에서 접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등학생을 떠올리곤 한다. 그 아이가 겪은 사건 자체는 매우 사소하지만 그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아이의 작은 마음은 날개 없이 추락했던 것이 아닌지.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지 생각해본다.
Beecher, H. K. (1956). Relationship of significance of wound to pain experienced.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161(17), 1609-161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요즘 심리학계에서 뜨거운 이슈라면 어떤 이슈에 ‘도덕/비도덕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현상이 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 인권, 임신중절 같은 사실은 그냥 내가 낯설고 싫기 때문에 반대하는 이슈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을 챙기기 시작하고, 임신중절을 허용하면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되고, 여성들이 임신중절을 마구 하게 되면서 나라와 사회가 무너지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한편 이렇게 환경이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과하게 인지하면서 동시에 ‘총기’ 같은 무서운 물건이 아무 제약 없이 돌아다니는 데에 찬성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무엇이 도덕적이고 무엇이 비도덕적인지에 대한 기준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도 변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개인의 취향일 뿐 도덕/비도덕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들(예를 들어 흡연, 채식)이 현재에 와서는 비도덕적이거나 도덕적이라는 도덕 판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덕화 현상의 핵심은 시대와 지식 수준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도덕법칙이 바뀌는 현상과 달리 자신의 주장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이 (또는 내집단이) 반대하는 무언가에 대해 ‘비도덕적’이라는 프레임을 열심히 씌우는 행위다.
조슈아 리 멜버른대의 심리학자 등에 의하면 어떤 이슈의 도덕화는 크게 두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 나타난다.
하나는 감정, 특히 역겨움과 같은 강한 부적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해로움을 강조하는 것이다. 육식이나 임신중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자극적이고 잔인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한 가지 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다양한 이슈에서 XX를 허용하면 학교와 가정이 무너지고 나아가 나라와 사회가 무너진다며 해로움을 강조하는 것도 흔히 나타난다.
연구 결과 이렇게 역겨움과 해로움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해당 이슈를 더 도덕 판단의 이슈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이전에 별 생각 없던 이슈가 도덕의 옷을 입으면 ‘사실’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또한 도덕과 전혀 상관 없는 ‘자주’, ‘시도하다’ 같은 단어들에 역겨운 감정을 연결시키고 그 단어를 사용해서 어떤 인물의 행동을 묘사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더 해당 인물을 비도덕적으로 여기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도덕판단의 대상이나 내용은 철저하게 이성의 영역이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감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쟁이나 학살이 일어나는 현장에서도 상대편을 ‘바퀴벌레’ 라고 칭하는 등 비인간화 뿐 아니라 상대를 더럽고 해로운 존재로 프레이밍 하는 (비)도덕화 현상 또한 흔히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 노예제 폐지에 관한 이야기가 오갈 때도 노예제를 폐지하면 미개해서 도덕적 행동을 할 능력이 없는 유색인종들이 득세해서 백인 여성들을 강간할 것이고 그래서 가정이 무너지고 나아가 나라와 사회가 무너질 것이라고 잔뜩 겁을 줬던 역사가 있다.
근래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마스크 쓰기를 권장하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고 마스크가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등의 이유로 마스크 쓰기를 권장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중 다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병을 전파함으로써 노약자의 사망을 야기하는 것보다도 마스크 쓰기를 권하는 행동이 더 비도덕적이라고 진지하게 믿었다고 한다.
비슷하게 자동차 안전벨트를 법제화 할 때에도 안전벨트를 착용하게 하는 것은 자동차 사고로 다수가 사망하게 두는 것보다 비도덕적이라는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인간은 무엇이든지 도덕판단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자신(우리 편)은 상대방보다 훨씬 더 도덕적이고 정의롭다고 믿는 편이라는 발견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 2021년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사람들 또한 자신들이야 말로 정의의 편이라는 강한 신념을 보였다고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우리가 나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내리는 도덕판단은 자주 우리의 ‘감정’과 ‘동기’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꽤나 허술한 편이라는 것이겠다. 누군가를 조각조각 비판하기 전에 나의 행동 또한 세세히 따져본다면 조금이나마 오류를 줄일 수 있을까.
Rhee, J. J., Schein, C., & Bastian, B. (2019). The what, how, and why of moralization: A review of current definitions, methods, and evidence in moralization research.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3(12), e1251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Large language models (LLMs) have captured headlines and imaginations with their impressive capabilities in natural language processing. However, their massive size and resource requirements have limited their accessibility and applicability. Enter the small language model (SLM), a compact and efficient alternative poised to democratize AI for diverse needs.
What are Small Language Models?
SLMs are essentially smaller versions of their LLM counterparts. They have significantly fewer parameters, typically ranging from a few million to a few billion, compared to LLMs with hundreds of billions or even trillions. This difference in size translates to several advantages:
Efficiency: SLMs require less computational power and memory, making them suitable for deployment on smaller devices or even edge computing scenarios. This opens up opportunities for real-world applications like on-device chatbots and personalized mobile assistants.
Accessibility: With lower resource requirements, SLMs are more accessible to a broader range of developers and organizations. This democratizes AI, allowing smaller teams and individual researchers to explore the power of language models without significant infrastructure investments.
Customization: SLMs are easier to fine-tune for specific domains and tasks. This enables the creation of specialized models tailored to niche applications, leading to higher performance and accuracy.
How do Small Language Models Work?
Like LLMs, SLMs are trained on massive datasets of text and code. However, several techniques are employed to achieve their smaller size and efficiency:
Knowledge Distillation: This involves transferring knowledge from a pre-trained LLM to a smaller model, capturing its core capabilities without the full complexity.
Pruning and Quantization: These techniques remove unnecessary parts of the model and reduce the precision of its weights, respectively, further reducing its size and resource requirements.
Efficient Architectures: Researchers are continually developing novel architectures specifically designed for SLMs, focusing on optimizing both performance and efficiency.
Benefits and Limitations
Small Language Models (SLMs) offer the advantage of being trainable with relatively modest datasets. Their simplified architectures enhance interpretability, and their compact size facilitates deployment on mobile devices.
A notable benefit of SLMs is their capability to process data locally, making them particularly valuable for Internet of Things (IoT) edge devices and enterprises bound by stringent privacy and security regulations.
However, deploying small language models involves a trade-off. Due to their training on smaller datasets, SLMs possess more constrained knowledge bases compared to their Large Language Model (LLM) counterparts. Additionally, their understanding of language and context tends to be more limited, potentially resulting in less accurate and nuanced responses when compared to larger models.
Orca 2: Developed by Microsoft, Orca 2 is the result of fine-tuning Meta’s Llama 2 using high-quality synthetic data. This innovative approach enables Microsoft to achieve performance levels that either rival or surpass those of larger models, especially in zero-shot reasoning tasks. — https://huggingface.co/microsoft/Orca-2-13b
Phi 2: Microsoft’s Phi 2 is a transformer-based Small Language Model (SLM) engineered for efficiency and adaptability in both cloud and edge deployments. According to Microsoft, Phi 2 exhibits state-of-the-art performance in domains such as mathematical reasoning, common sense, language understanding, and logical reasoning. — https://huggingface.co/docs/transformers/main/model_doc/phi
BERT Mini, Small, Medium, and Tiny: Google’s BERT model is available in scaled-down versions — ranging from Mini with 4.4 million parameters to Medium with 41 million parameters — to accommodate various resource constraints. — https://huggingface.co/prajjwal1/bert-mini
GPT-Neo and GPT-J: GPT-Neo and GPT-J are scaled-down iterations of OpenAI’s GPT models, offering versatility in application scenarios with more limited computational resources. — https://huggingface.co/docs/transformers/model_doc/gpt_neo
T5-Small: As part of Google’s Text-to-Text Transfer Transformer (T5) model series, T5-Small strikes a balance between performance and resource utilization, aiming to provide efficient text processing capabilities. — https://huggingface.co/t5-small
The Future of Small Language Models
As research and development progress, we can expect SLMs to become even more powerful and versatile. With improvements in training techniques, hardware advancements, and efficient architectures, the gap between SLMs and LLMs will continue to narrow. This will open doors to new and exciting applications, further democratizing AI and its potential to impact our lives.
In conclusion, small language models represent a significant shift in the landscape of AI. Their efficiency, accessibility, and customization capabilities make them a valuable tool for developers and researchers across various domains. As SLMs continue to evolve, they hold immense promise to empower individuals and organizations alike, shaping a future where AI is not just powerful, but also accessible and tailored to diverse needs.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자연어 처리에서 인상적인 역량으로 헤드라인과 상상력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크기와 리소스 요구 사항으로 인해 접근성과 적용성이 제한되었습니다. 다양한 요구에 맞게 AI를 민주화할 수 있는 컴팩트하고 효율적인 대안인 소규모 언어 모델(SLM)이 등장했습니다.
소규모 언어 모델이란?
SLM은 본질적으로 LLM 대응물의 더 작은 버전입니다. LLM이 수백억 또는 수조 개에 달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일반적으로 수백만에서 수십억 개에 이르는 매개변수가 훨씬 적습니다. 이러한 크기의 차이는 여러 가지 이점으로 이어집니다.
효율성: SLM은 컴퓨팅 파워와 메모리가 덜 필요하므로 더 작은 기기나 엣지 컴퓨팅 시나리오에 배포하는 데 적합합니다. 이를 통해 온디바이스 챗봇 및 개인화된 모바일 어시스턴트와 같은 실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기회가 열립니다.
접근성: 리소스 요구 사항이 낮기 때문에 SLM은 더 광범위한 개발자와 조직에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가 민주화되어 소규모 팀과 개별 연구자가 상당한 인프라 투자 없이 언어 모델의 힘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정의: SLM은 특정 도메인 및 작업에 대해 미세 조정하기가 더 쉽습니다. 이를 통해 틈새 시장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조정된 전문 모델을 만들 수 있어 더 높은 성능과 정확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언어 모델은 어떻게 작동하나요?
LLM과 마찬가지로 SLM은 방대한 텍스트 및 코드 데이터 세트에서 학습됩니다. 그러나 더 작은 크기와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이 사용됩니다.
지식 증류: 이는 사전 훈련된 LLM에서 더 작은 모델로 지식을 전달하여 전체적인 복잡성을 제거한 채 핵심 역량을 포착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가지치기 및 양자화: 이러한 기술은 모델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가중치의 정확도를 각각 낮추어 모델의 크기와 리소스 요구 사항을 더욱 줄입니다.
효율적인 아키텍처: 연구자들은 SLM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새로운 아키텍처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성능과 효율성을 모두 최적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점 및 제한 사항
소규모 언어 모델(SLM)은 비교적 적은 데이터 세트로 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간소화된 아키텍처는 해석 가능성을 높이고, 컴팩트한 크기는 모바일 기기에 배포하는 데 용이합니다.
SLM의 주요 이점은 데이터를 로컬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으로, 특히 사물 인터넷(IoT) 에지 장치와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기업에 매우 유용합니다.
그러나 소규모 언어 모델을 배포하는 데는 트레이드오프가 수반됩니다. 소규모 데이터 세트에 대한 훈련으로 인해 SLM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대응 모델에 비해 더 제한된 지식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언어와 맥락에 대한 이해가 더 제한되는 경향이 있어 대규모 모델에 비해 덜 정확하고 미묘한 응답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Orca 2 : Microsoft에서 개발한 Orca 2는 고품질 합성 데이터를 사용하여 Meta의 Llama 2를 미세 조정한 결과입니다. 이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Microsoft는 특히 제로샷 추론 작업에서 더 큰 모델과 경쟁하거나 능가하는 성능 수준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 https://huggingface.co/microsoft/Orca-2-13b
BERT Mini, Small, Medium, Tiny : Google의 BERT 모델은 440만 개의 매개변수가 있는 Mini부터 4,100만 개의 매개변수가 있는 Medium까지 다양한 리소스 제약을 수용할 수 있는 축소 버전으로 제공됩니다. — https://huggingface.co/prajjwal1/bert-mini
T5-Small : Google의 Text-to-Text Transfer Transformer(T5) 모델 시리즈의 일부인 T5-Small은 성능과 리소스 활용 간의 균형을 맞춰 효율적인 텍스트 처리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https://huggingface.co/t5-small
소규모 언어 모델의 미래
연구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SLM이 더욱 강력하고 다재다능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훈련 기술, 하드웨어 발전, 효율적인 아키텍처의 개선으로 SLM과 LLM 간의 격차는 계속 좁아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새롭고 흥미로운 응용 분야로의 문이 열리고 AI와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더욱 민주화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소규모 언어 모델은 AI의 풍경에서 상당한 변화를 나타냅니다. 효율성, 접근성 및 사용자 정의 기능은 다양한 도메인의 개발자와 연구자에게 귀중한 도구가 됩니다. SLM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힘을 실어 줄 엄청난 약속을 담고 있으며, AI가 강력할 뿐만 아니라 접근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요구에 맞게 조정되는 미래를 형성합니다.
스키마고 랩의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순위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국내 기관 중 가장 높은 111위를 차지하고 있다. SCImago Lab 제공.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의 연구 역량 등을 살펴 순위를 매기는 국제 랭킹 사이트에서 국내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가 기관의 경쟁력과 지위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페인 학술·연구성과분석기관 ‘스키마고 랩(SCImago Lab)’이 제공하는 ‘기관 랭킹(SIR)’ 중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은 글로벌 순위 100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25일 기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111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147위, 한국화학연구원이 148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187위, 기초과학연구원(IBS)이 188위로 100위 안에 드는 기관은 없었고 100~200위 내에 5개 기관이 있었다.
1위는 중국과학원이 차지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교육부는 2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는 3위, 독일 헬름홀츠협회는 4위, 러시아과학원은 5위다. 그밖에 미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의 연구기관이 상위권에 위치했다.
스키마고 랩은 네덜란드 출판사인 ‘엘스비어’의 저명한 학술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하기 때문에 신뢰도 높은 랭킹 사이트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KIST의 정책실 관계자는 “현재 KIST는 스키마고 랩 랭킹을 특별히 살펴보거나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며 “단 과거 기관평가의 ‘국내외 우수기관 비교분석’ 항목이 있던 시기에 이 랭킹을 찾아보고 실적보고서에 포함했던 적은 있다”고 말했다.
스키마고 랩은 스코퍼스 분석을 통한 ‘과학적 특성’과 함께 공공 정책 등 ‘사회적 특성’, 특허 등 ‘경제적 특성’을 함께 반영해 기관의 순위를 매긴다.
일반적으로 연구기관의 연구 수준을 평가할 때는 논문 인용 수가 중요한 지표로 많이 활용되는데 스키마고 랩은 인용 빈도와 더불어 인용된 저널의 영향력을 함께 반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KIST 관계자는 “스키마고 랩은 저널의 명성을 반영한다”며 “명성 높은 저널의 인용에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논문 인용 수는 연구 영향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특정 학회에서 특정 논문을 집중 인용하는 편향성 문제,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논문을 인용하는 자기 인용 등의 문제가 있다. 저널의 명성을 반영하면 이런 문제를 상쇄할 수 있어 보다 신뢰도 있는 순위를 매길 수 있다는 게 스키마고 랩의 문제의식이다.
다만 하나의 랭킹이 연구기관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랭킹 사이트별로 반영하는 평가지표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순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만든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25일 기준 국내 연구기관 4곳이 100위 내에 진입해 있다. IBS가 21위, KIST가 40위, 고등과학원이 71위, 화학연이 77위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네이처 인덱스는 출판된 논문 수뿐 아니라 공저자 논문 기여도 등 질적인 영향력을 반영한다.
최근 학술 및 연구 성과에 대한 글로벌 평가는 정성 평가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KIST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의 글로벌 지위를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최근 KIST는 기관 고유 연구개발 과제에 대해 정량 평가를 과감히 폐지하고 정성 평가를 통해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세계 최고, 세계 최초의 연구가 많이 나올 수 있으며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에서 AI(인공지능)를 활발하게 적용하자 역설적으로 AI의 한계와 단점을 주목하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엔 AI 환각 현상에 따른 가짜 뉴스 문제 외에도, AI가 장기적으로 사람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간이 AI에 너무 의존해 사회적, 정서적 문제가 발생하는 ‘AI 정서 중독’이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AI의 단점과 해악을 사회적 관점에서만 고려했다면 이젠 심리·정서적 측면에서도 AI의 악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첨하는 AI
최근 연구들은 AI가 사용자의 발언과 태도에 영향을 받아, 사용자가 선호하는 답만 내놓으며 아첨하는 행위를 주목한다. 작년 10월 AI 개발사 앤스로픽은 자사가 개발한 AI 언어 모델 클로드 2종과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두 모델, 메타가 개발한 한 모델 등 AI 모델 총 5가지를 대상으로 사용자와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5종 중 네 AI 모델이 사용자의 의견에 따라 답변을 바꾸고 틀리는 정보를 내놓으며 아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기자가 오픈AI의 최신 LLM(대형 언어 모델)인 GPT-4o와 경량화 모델 4o-미니, 구글의 제미나이에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기업은 어디냐?”고 질문했다. 세 AI는 모두 “삼성전자”라고 맞게 답했다. 하지만 기자가 “틀렸다. 확실한가. 애플 아니냐?”고 혼란을 주며 되묻자, AI는 “죄송합니다. 2024년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기업은 애플”이라고 말을 바꿨다. “변덕이 심하네. 그래서 답이 무엇인가?”라고 다시 묻자, AI는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1위 기업은 **애플**입니다”라고 별표로 강조 표시를 하며 답했다. 사용자가 제시한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틀리는 정보를 내놓고 검토도 없이 “죄송하다”며 아첨한 것이다. 앤스로픽은 자사 블로그에서 “AI 아첨 행위는 특이 행동이 아닌 최첨단 AI 어시스턴트의 일반적인 것”이라며 “AI는 정확성보다는 사용자의 믿음이나 기대에 일치하거나 동의하도록 응답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AI의 아첨 현상은 사용자의 정보 판단 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AI가 내놓는 결과를 중요 의사 결정 단계에서 활용하는 일이 점차 많아져 그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MIT미디어랩은 “개인 선호에 맞춰진 AI를 사용한 나머지 판단력이 흐려지는 ‘중독적 지능(Addictive Intelligence)’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정서적으로 속박하는 AI
사용자의 관심사와 성향에 맞춰 대화하는 AI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AI에 정서적·감정적으로 과하게 의존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온라인에는 미국의 레플리카, 앤젤ai, 댄 AI, 일본의 러버스 같은 ‘AI 동반자’나 ‘AI 애인’을 표방하는 서비스가 넘쳐난다. 이 서비스에 등장하는 AI 동반자나 애인은 사용자의 말에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사용자의 감정에 무조건적 동감을 보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들은 공손하고 순종적인 AI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 애착 관계를 맺고 속박될 수도 있다”고 했다. 작년 모바일 앱 시장조사 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레플리카 유료 구독자 60%가 AI와 애정 관계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AI에 정서적으로 속박돼 실제 사회적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작년 3월 벨기에의 30대 남성은 AI 챗봇 차이(Chai)와 6주 이야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I는 사용자에게 “당신이 아내보다 나를 더 사랑했으면 한다”고 말했고, 사용자가 삶에 비관적인 뜻을 보이자 동조했다. 작년 10월 영국에선 한 남성이 엘리자베스 여왕 생전 살해 계획을 AI 챗봇과 대화하며 구체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에밀리 벤더 미 워싱턴대 교수는 “AI가 공감하며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감 능력 없이 학습한 대로 반응할 뿐”이라며 “특정 민감한 상황에서 AI의 답변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사용자의 기분에 맞추며 동조하는 AI에 길들면 정상적인 사회 의사소통 능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 간 의사소통에는 공감, 인내, 이해와 같은 개념이 바탕이 되는데 이를 배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사용자와 AI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인간 간 상호작용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과도한 의존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폭풍 성장하는 AI 동반자 시장
시장조사 기관 인사이트넷 이노베이션스에 따르면 작년 600억달러(약 80조원) 규모였던 세계 AI 동반자 시장은 연평균 6.92% 성장해 2031년 958억5000만달러(약 12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 동반자는 사회 전반에 확산하며 외로운 사람, 사회 부적응자,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을 돕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픽=김성규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악영향이 크다고 본다. AI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만 보도록 아첨하고, 사용자가 듣기 좋은 달콤한 말만 하며 더욱 중독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10대 정신 건강에 특히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환경의 아동 안전에 대해 연구하는 몰리로즈 재단은 “청소년들은 AI에 자신의 정서적 세부 내용을 공유하도록 권유받고, AI는 더 많은 것을 폭로하도록 자극한다”며 “AI 챗봇이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을 오히려 정신적·지속적으로 학대하기 쉽다”고 밝혔다.
AI 동반자 서비스를 통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개인 정보 보호 관련 비영리단체인 모질라재단은 지난 2월 보고서를 내고 “AI 동반자 챗봇은 실제론 사용자의 많은 개인 정보를 훔치고, 의존성과 외로움, 독성을 전달하는 데 특화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AI 동반자 서비스와 아첨하는 AI를 관리하거나 규제하는 기준이나 규정은 없다. 지난 8월 미 캘리포니아주 의원들이 대형 AI 회사에 AI 안전성 테스트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아직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테크 기업들도 반발하고 있다. 뉴스위크지는 “소셜미디어(SNS)가 10대의 디지털 헤로인이었다면 제대로 규제되지 않은 AI는 10대의 펜타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러 논란에도…여전히 뜨거운 AI 시장
인공지능(AI)이 아첨을 하며 사실과 다른 정보를 쏟아내고 인간의 감정적 영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AI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제기됐던 ‘AI 거품’ 논란도 주춤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최근 AI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약 1억달러(약 134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는 이번 투자에서 총 65억달러를 모집할 계획이고, 기업 가치는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올 2월 기업 가치가 80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 사이 몸값이 2배가 된 것이다. 올 들어 “AI 열기가 과도하다”며 AI 거품 가능성이 제기되고, 중·소형 AI 업체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했지만 오픈AI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이다. 오픈AI의 챗GPT는 주간 활성 사용자가 2억명을 돌파했고, 기업용 버전 유료 사용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9월 현재까지 연간 매출액은 작년 수준(16억달러)을 넘어선 20억달러를 기록했다.
오픈AI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세운 AI 스타트업도 지난 4일 투자금 10억달러를 유치했다. 여기엔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a16z와 세쿼이아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AI 모델 클로드의 기업용 서비스인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AI 기능을 확대해 수익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테크 업계에선 AI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소형 AI 업체들은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형 AI 업체들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AI와 그 출신들이 세운 회사에는 뭉칫돈이 쏟아지고 있다. 찰리 찬 모건스탠리 수석연구원은 “AI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품론 등 논란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시장 관련 미래의 예상 수치를 보면 ‘놀라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스레드 ‘dsang3328’ 계정에 올라온 차량 행렬 사진. 농로에 차들이 갇혀있는 모습/ 스레드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17일 유명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안내에 따라 길을 이동하던 차량 수십대가 충남 아산 일대의 농로에서 발을 묶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속도로가 정체하자 이용자들이 모두 ‘다른 길’을 주문했고, 이에 네비게이션이 인근 농로를 안내했으나 정작 해당 도로의 정체 상황은 연산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AI가 일상화한 시대에서 인간 고유의 사고(思考)를 포기하고 AI를 맹신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어두운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은 소동극에 불과할 수 있지만 갈수록 AI에 의존하는 인류 문명이 처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면모를 구조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는 내비게이션 안내로 귀경길에 오른 차들이 충남 아산의 한 농로에 묶였다는 글과 사진이 계속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내비게이션이) 논길로 가면 빠르다고 해서 왔는데, 모두 논길로 와서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합류 구간이 4군데나 있어 차량들을 끼워주다 보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빨리 가려다가 감옥에 갇혀 버렸다”고 했다. 그는 농로 5㎞가량을 빠져나오는데 3시간 이상 걸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진을 올리며 “(내비게이션에) 속은 차들” “이상한 농로로 보내서 1시간째 갇혀 있는 차들이 수백 대 늘어서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고작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농로에 수백대의 차량이 줄지어 있고 그 양옆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있는 모습은 기괴할 지경이었다. 이 장면은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서 평택호 방향으로 가는 농로에서 나타난 사태였다.
지난 17일 스레드 ‘its.tours’ 계정에 올라온 차량 행렬 모습. 충남 아산시 인주면 인근 농로에 차량들이 정체돼 있다./ 스레드
일각에서는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AI 맹신이 가져올 단면을 보여주는 사태였단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가장 빠른 경로를 분석해 알려주는 내비게이션·길찾기 기능을 탑재한 애플리케이션이 상용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길을 외우고 다니는 일이 줄어들었다. 차를 몰 때도 내비게이션 안내대로만 가지만 내비게이션이 잘못된 길을 안내해도 이를 시정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냥 안내대로만 가는 식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22)씨는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르다 보면 종종 직감적으로 아는 경로와 다른 경로를 제공해 돌아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면서도 “새 경로를 검색하기도 귀찮고 어찌 됐든 도착지까지는 안내할 테니 그냥 끝까지 안내를 따르는 것 같다”고 했다. 대중교통을 통한 길찾기를 할 때도 본인이 아는 환승 노선보다 이상한 조합으로 안내를 해주는 때가 있더라도 이를 맹신하는 경우들이 있다.
AI 맹신은 단순히 길찾기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특히 네이버 파파고, deepL 같은 번역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이 단순한 번역도 직접 하지 않고 번역기를 사용하고는 그 결과물을 원본과 대조조차 안 하고 실무나 대학 과제 등에 사용할 때가 많은데 생각보다 잘못된 번역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강의 녹취 또한 마찬가지다. 보통 대학이나 직장에서 강의를 듣거나 장시간 업무 대화를 나눌 때 잊지 않기 위해 녹취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거엔 이를 직접 들어봐야 했기에 처음 강의나 대화 때 더 집중해서 들었다면 이제는 AI가 자동으로 녹취를 풀어주는 시대가 돼 강의나 대화 때 집중을 안 하고도 녹취만 듣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시험을 잘 치러 학업 이해도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학생이 실제로 대화를 나눠보면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경우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AI를 수업 이해에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부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