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11월 2020

[SF, 현실이 되다①]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려온 미래

[SF, 현실이 되다①]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려온 미래

[뉴시스] 입력 2016.03.23 14:51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 영화의 선구자인 미국의 스탠리 큐브릭(1928~1999) 감독은 1968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와 인간의 대립을 처음으로 그려냈다.

극 중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운행과 시스템 통제를 맡은 컴퓨터 ‘할(HAL) 9000’은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돕도록 설계된 ‘약(弱) AI’다. 그러나 자각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과 인간에 버금가는 감정을 가진 ‘강(强) AI’로 스스로 변모한다.

선장 ‘데이브 보우만’(케어 둘리) 등 승무원들은 뒤늦게 위기를 깨닫고 할을 리부트하려 하지만, 할은 그보다 한발 앞서 반란을 일으켜 디스커버리호를 장악한다.

인류가 우주 개발에 나서고, 안방 크기의 컴퓨터에 군사적인 목적으로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시절에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듯 한참 앞서 나갔던 큐브릭 감독의 상상력은 당시 대부분 사람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사이 과학 기술 개발과 함께 조금씩 현실화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감독 제임스 캐머런)가 1997년 강 AI ‘스카이넷’이 강대국 간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 중 30억 명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리고, 간신히 생존한 인류마저 노예로 삼는다는 이야기를 공개하자 전 세계인은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충격에 휩싸이고 만다.

이어 2016년 3월 한국의 천재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의 약 AI ‘알파고’의 다섯 차례 바둑 대결에서 AI의 가공할 위력을 맛보며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 인류는 흘러간 SF 명화들을 떠올리며 간신히 ‘희망’을 찾고 안도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보우만 선장이 할을 파괴하는 데 마침내 성공하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2029년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를 중심으로 한 인류 저항군이 스카이넷과 맞서 끝내 승기를 잡아서가 아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터미네이터’ 속 이야기는 앞서 1997년에도, 2001년에도, 현재인 2016년 3월에도 아직 현실화하지 않아 SF 영화들이 인류에게 닥친다고 설정한 갖가지 비극적 상황들이 아직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안도감 덕이다.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그간 SF영화에서 그린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고, 얼마나 현실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인류에게 닥칠 예고된 비극을 막을 비책은 없는지 짚어보자.

◇ 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린 미래, 현실은?

SF 영화에서 그리는 미래는 대체로 ‘유토피아(Uutopia)’보다 ‘디스토피아(Dystopia)’에 가깝다.

영화 속 과학 문명 발전은 인간을 번영과 행복으로 이끌기보다 오히려 파멸과 쇠락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매체 특성상 사회 비판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으나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가 훨씬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앞선 대중매체인 소설 중 SF 물에서 미래세계를 역시 디스토피아로 그린 것도 같은 이유라 볼 수 있다.

허구의 세계인 영화를 굳이 미래 세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는 것은 그 무한한 상상력이 인류 과학문명 발전을 선행해왔기 때문이다.

1. 인공지능(AI)

SF 영화의 선구자인 큐브릭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AI를 인간을 공격하는 악역으로 설정했다.

극 중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운행과 시스템 통제를 맡은 할 9000은 자각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과 인간에 버금가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이어 자신을 통제하려는 선장 ‘데이브 보우만’(케어 둘리) 등 승무원들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디스커버리호를 장악한다.

AI라는 개념은 컴퓨터가 개발되던 20세기 초부터 존재했으나 극히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나오기 훨씬 전이자 인터넷이 태동하던 때에 AI의 반란을 그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1984년 미국의 제임스 캐머런(62) 감독은 ‘터미네이터’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AI 악역 캐릭터를 더욱 발전시켜 2029년 인류를 지배하는 절대 악 ‘스카이넷’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인류가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갖게 된 ‘기계’에 대한 트라우마를 접목해 ‘사이보그(기계 인간)’를 그 하수인으로 내세웠다.

1997년 군사 컴퓨터 스카이넷은 강대국 간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파멸 직전으로 몰고 간 뒤, 생존자들을 노예로 삼는다. 2029년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를 중심으로 봉기한 인류 저항군이 자신에게 맞서자 스카이넷은 존의 존재 자체를 없애기 위해 그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제거하기로 하고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를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보낸다. 존 역시 사라를 지키기 위해 전사 ‘카일 리스’(마이클 빈)를 역시 같은 곳으로 급파한다.

당시는 PC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했으나 인터넷은 민간에는 존재하지 않던 때로 대중은 AI라는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했다. 로봇 또한 소설, 만화, 만화영화, 영화 등 SF 물에나 등장하던 때였다.

T-800을 미래에서 과거로 보낸 ‘타임머신’은 영화가 개봉하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결국 타임머신은 AI가 활성화한 뒤에야 비로소 넘볼 수 있는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1999년 미국의 라나(51)·앤디(49) 워쇼스키 감독 형제(현재는 두 사람 다 성전환 수술을 받아 자매가 됨)는 ‘매트릭스’에서 앞선 두 작품의 AI 악역 캐릭터를 이어받되 2199년 AI가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해 AI에 대한 공포감과 혐오감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개념을 가미했다.

2199년 세상은 이미 AI의 지배 아래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인공 자궁 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AI는 인간의 뇌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1999년 가상 세계를 현실인 것처럼 착각한 채 에너지를 빼앗기며 죽어간다. 가상현실의 실체를 깨닫고 간신히 탈출한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등 극소수 인간은 AI에 맞서기로 하고 매트릭스 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영웅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찾아낸 구원자는 해커인 ‘네오’(키아누 리브스)다.

이 작품이 제작된 당시는 PC가 개발도상국에서도 보편화하던 때이자 인터넷이 서서히 보급되던 시절이었으나 AI에 관한 개념은 당시 일반인 사이에 역시 자리 잡지 못했다. VR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에서 부침을 거듭하며 단지 오락적인 요소에 머물고 있었다.

◇사이보그

SF에서 외계인(‘슈퍼맨’)이나 초능력자(‘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에 국한했던 ‘슈퍼 히어로’를 과학 문명을 바탕으로 인공적으로 만드는 작품도 나왔다. 1987년 폴 버호벤(78) 감독이 선보인 ‘로보캅’이다.

머지 않은 미래, 미국 디트로이트의 경찰관 ‘머피’(피터 웰러)는 순찰 중 악명 높은 범죄자 ‘클라렌스’(커트우드 스미스) 일당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 방위산업체 OCP 과학자들은 죽어가던 머피를 극비리에 최첨단 사이보그 ‘로보캅’으로 재탄생시킨다. 과학자들은 머피의 뇌에 프로그램을 입력해 기억을 지웠으나 머피로서의 기억이 극소량 남아있던 로보캅은 우연히 자신의 정체와 사연을 깨닫게 되고, 클라렌스와 배후의 거악 ‘딕 존스’(로니 콕스) 응징에 나선다.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려 사이보그로 만드는 것, 뇌에 프로그램을 입력해 기억을 지우는 것 등 논란의 소지가 있긴 했으나 장애인에게 최첨단 과학기술로 만든 의수족을 장착하는 것부터 군인에게 웨어러블 로봇을 입혀 로보캅 병사를 만드는 시도가 근래 시작된 것으로 볼 때 시대를 앞서간 셈이다.

◇기억 조작

‘로보캅’에서 인간의 뇌에 프로그램한 기억을 주입하는 이야기를 전개했던 버호벤 감독은 1990년 ‘토탈 리콜’에서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한다.

서기 2084년 신도시에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퀘이드’는 미모의 아내 ‘로리’와 행복하게 살지만, 밤마다 화성과 관련한 이상한 꿈을 꾼다. 그러던 중 그는 인위적으로 기억을 주입해 마치 실제 경험한 것 같은 효과를 내는 회사 리콜을 찾아 화성에 관한 기억을 주입받는다. 그런데 퀘이드에게 부작용을 일어난다. 바로 이미 기억이 조작된 사람이 이 서비스를 받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퀘이드는 이를 통해 자신이 실은 지구의 식민지 화성의 독재자 ‘코하겐’(로니 콕스)의 부하였으나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한 뒤, 기억을 조작당한 채 로리 등의 감시 속에서 지구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리 등의 추적을 피해 화성으로 가 코하겐에게 복수하려 한다.

기억 조작은 크리스토퍼 놀런(46) 감독이 2010년 연출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인셉션’을 통해 더욱 확장했을 정도로 SF영화에서 사랑받는 소재다.

하지만 현실에서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필연적으로 갖기 마련인 윤리적인 문제는 그 다음 문제다.

2013년 매사추세츠 공대(MIT) 신경과학 연구팀이 광유전학 기술로 쥐의 개별적인 뉴런을 조작해 ‘거짓 기억’을 입히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아직도 갈 길이 먼 분야이기 때문이다.

ace@newsis.com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19771072#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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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표지로 읽는 과학] 소행성 ‘베누’의 시료를 기다리는 3개의 연구

[표지로 읽는 과학] 소행성 ‘베누’의 시료를 기다리는 3개의 연구

2020.11.08 06:00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6일 세 가지 색 영역으로 나눠진 소행성 ‘베누’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사이언스는 이날  ‘초기 태양계의 표본을 채취했다’는 제목을 달아 베누의 암석 시료 채집을 기념했다. 이번 호에는 베누의 구성 성분을 분석한 연구만 3개가 실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2016년 보낸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현지시간으로 10월 20일 베누 표면에 있는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시리스-렉스가 보내온 사진을 분석해 당초 목표로 했던 60g 이상의 시료를 채취했고, 시료를 ‘시료 회수 캡슐(SRC)’에 무사히 담았다고 전했다. 

베누의 시료는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근지구 소행성인 베누는 태양 궤도에서 공전하며 6년에 한 번씩 지구에 근접한다.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구성 성분을 분석해 밀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 베누는 태양계가 형성될 당시부터 거의 일정한 궤도를 돌고 있는데 탄소를 포함한 소행성은 ‘타임캡슐’과 같아서 태양계 탄생에 관한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호에 실린 3개의 연구는 오시리스-렉스가 보내온 데이터를 이용해 베누 표면과 성분을 분석했다. 회색, 자주색, 푸른색의 3개 영역은 각 연구의 결과를 나타낸다. 가장 왼쪽에 있는 회색 영역은 표면에 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그레이-스케일(gray-scale)로 나타낸 연구다.

자주색 영역은 가시광선과 적외선 범위에서 광학 분석을 통해 베누 표면 성분을 분석한 연구다. 물질에 따라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른데 유기물질과 탄산염이 흡수하는 파장 그래프를 만들어 베누의 데이터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베누 전체에 탄소 성분이 있다는 점과 함께 물을 포함한 필로규산염 광물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자주색 영역에서 필로규산염 광물 성분이 많을수록 붉은색을, 적을수록 푸른색을 띤다. 연구팀은 탄산 성분이 골고루 있다는 사실은 베누가 큰 소행성에서 떨어져나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오른쪽 푸른 영역은 풍화 작용에 관한 연구다. 풍화작용이 일어난 달 표면을 적외선 이미지로 촬영하면 붉고 어둡게 나타난다. 그런데 베누처럼 물과 유기물질로 이뤄진 소행성에서는 풍화작용이 표면을 어떻게 바꾸는 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연구팀은 적외선 이미지를 이용해 베누 표면에 있는 암석과 표면을 관찰해 비교적 다양한 색이 나타나는 사실을 알아냈다.

파란색이 대부분이었지만, 거칠고 둥근 어두운색의 바위와 매끈하고 밝은 색의 바위가 관찰됐다. 붉은색일수록 최근에 표면으로 나와 풍화작용의 영향을 덜 받은 바위다. 연구팀은 다양한 색의 암석이 있다는 점이 베누가 큰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뭉쳐서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 편의 논문 끝에는 ‘오시리스-렉스가 시료를 가져오면 더 자세히 분석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적혀있다. 계획대로 라면 오시리스-렉스는 2023년 9월 24일 베누의 시료를 들고 지구로 복귀한다. 

  •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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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강석기의 과학카페] 대사와 후성유전학

[강석기의 과학카페] 대사와 후성유전학

2020.11.17 14: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전자를 소프트웨어로 보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우리가 분화 과정에서 유전자를 조절하는 후성유전적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전자를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생화학적) 물체로 간주하는 편이 더 낫다.

-리처드 프랜시스, ‘쉽게 쓴 후성유전학’에서

호기심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거의 해마다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걸로 봐서 재미는 덜하더라도 예술성은 높은 영화겠거니 했는데 기대와 너무 달랐다. 그 영화만 그런가 싶어 그 뒤에도 한두 편 더 봤는데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마 서구의 평론가들은 그런 접근법을 높이 평가하나 보다. 홍 감독 영화의 관객 수가 수만 명 내외인 걸 보면 필자가 유독 까다롭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홍 감독 영화의 제목만은 꽤 인상적이다. 첫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오! 수정’ ‘생활의 발견’ 등 뭔가 있어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최고의 작명은 2015년 개봉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아닐까. 인간 심리의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라서인지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특히 정치 쪽에서 언급이 잦은데,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면서 비슷한 사안을 두고 각자 입장이 180도 바뀐 채 여전히 충돌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필자 생각에 과학 분야 역시 이 문구가 적절하게 쓰일 것 같다. 다만 단어를 재배치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써야겠지만. 과거에는 맞다고 생각한 가설이나 이론이 세월의 검증을 견디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수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인간 게놈 해독도 그런 예가 아닐까. 20년 전 두 그룹이 해독한 인간게놈 초안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논문은 이듬해 초 각각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실렸다) 게놈 정보라는 청사진을 들여다보면 생명의 미스터리가 풀리고 질병을 정복하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여겨졌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낙관론으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 뒤 게놈 해독 비용이 급감하고 여러 사람의 게놈이 해독되면서 인체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됐고 의학에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DNA 염기서열 정보만으로 우리가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오늘날의 시각이다. 게놈 해독을 통한 유전자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현돼 세포와 조직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아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DNA 염기서열만 들여다봐서는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지난 20년 사이 눈부시게 성장한 분야가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DNA 염기나 히스톤 단백질(DNA 가닥을 감는 실패)에 분자 표지를 남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생명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면 가운데 하나는 이런 표지가 세포분열 뒤에도 남아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세대를 통해 유전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 유전학에 후성유전학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야 생명현상과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사 정보 부호화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직의 세포에서 DNA 메틸화 비율이 낮아진다. 2013년 LA캘리포니아대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인체 여러 조직의 DNA 메틸화 정도를 분석해 생물적 나이를 산출하는 후성유전적 시계 개념을 제시했다. 나이보다 꽤 젊어 보이는 사람은 호바스 시계가 동년배보다 느리게 갈 가능성이 높다. 스티브 호바스 제공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직의 세포에서 DNA 메틸화 비율이 낮아진다. 2013년 LA캘리포니아대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인체 여러 조직의 DNA 메틸화 정도를 분석해 생물적 나이를 산출하는 후성유전적 시계 개념을 제시했다. 나이보다 꽤 젊어 보이는 사람은 호바스 시계가 동년배보다 느리게 갈 가능성이 높다. 스티브 호바스 제공

후성유전적 표지로 DNA 메틸화와 히스톤 메틸화 및 아세틸화가 알려져 있다. DNA 메틸화는 바로 뒤에 구아닌이 있는 시토신(CpG로 나타냄)에 메틸기(-CH3)가 붙는 과정으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흥미롭게도 나이가 들수록 게놈에서 전반적으로 DNA 메틸화가 점점 줄어든다. 그 결과 발현되지 않아야 할 유전자나 전이인자(정크 DNA)가 하나둘 고삐가 풀리며 잡음이 생기고 세포 노화로 이어진다. 지난 2013년 미국 LA캘리포니아대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인체 여러 조직의 DNA 메틸화 정도를 분석해 생물적 나이를 산출하는 후성유전적 시계(일명 ‘호바스 시계’로 불림)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거의 모든 암에서 DNA 메틸화 정도가 줄어든 상태라는 것이다.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유전자에 유독 이런 변화가 두드러지면 세포분열이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암세포가 된다는 말이다. 암이 단순히 유전자 돌연변이의 결과라는 설명만으로는 암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DNA 메틸화 관점에서 보면 나이가 들수록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편 DNA 가닥을 감는 실패인 히스톤 단백질의 특정한 위치에 있는 라이신(아미노산의 하나)에 메틸기나 아세틸기(-COCH3)가 붙어도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는다. 메틸기는 붙는 라이신 위치에 따라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고, 아세틸기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이런 분자 표지가 히스톤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DNA가 촘촘하게 감기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고 느슨하게 풀리면 촉진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DNA나 히스톤에 후성유전적 표지를 붙이거나 떼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날까. 지난 20년 동안 이 질문에 답하는 연구결과들이 쌓이면서 관련 효소들(생체 촉매)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최근 수년 사이 세포 대사가 후성유전적 과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학술지 ‘네이처 대사’ 11월호에는 대사와 후성유전학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정리한 미국 하버드대 라울 모스토슬라브스키 교수와 동료들의 리뷰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 같은 영양 정보가 대사물질을 통해 후성유전체에 부호화돼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우리 몸의 변화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중독과 관련된 연구결과 두 가지를 소개한다.

술을 마실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술을 마시면 에탄올이 간에서 대사돼 아세트산(acetate)로 바뀐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아세트산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뇌의 해마에 있는 뉴런으로 들어가 아세틸-CoA로 바뀐 뒤 효소(HAT)의 작용으로 히스톤(보라색 공)에 달라붙는다(녹색 작은 공). 그 결과 DNA 가닥이 느슨해져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 수 시간 뒤 다른 효소(HDAC)의 작용으로 아세틸기가 떨어지며 DNA 가닥이 원래대로 감겨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네이처 제공

술을 마시면 에탄올이 간에서 대사돼 아세트산(acetate)로 바뀐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아세트산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뇌의 해마에 있는 뉴런으로 들어가 아세틸-CoA로 바뀐 뒤 효소(HAT)의 작용으로 히스톤(보라색 공)에 달라붙는다(녹색 작은 공). 그 결과 DNA 가닥이 느슨해져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 수 시간 뒤 다른 효소(HDAC)의 작용으로 아세틸기가 떨어지며 DNA 가닥이 원래대로 감겨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네이처 제공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에는 음주가 후성유전적 과정을 통해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에탄올)은 간에서 두 단계를 거쳐 대사된다. 먼저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뀐 뒤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두 번째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가 부실한 사람은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오래 남아 숙취 등 여러 부작용을 경험한다. 이런 차이는 유전자 변이로 설명이 된다. 

그런데 에탄올의 최종 대사물인 아세트산도 후성유전적 과정을 통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기억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을 늘려 술자리에 대한 기억을 강화해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 술 생각이 간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가르시아 버거 교수팀은 쥐에게 방사성 표지가 된 에탄올을 투여했을 때(사람으로 치면 폭음 수준으로) 뇌의 해마에서 방사능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석결과 간에서 대사된 아세트산이 혈관을 타고 해마의 신경세포(뉴런)에 들어가 ACSS2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아세틸-CoA로 바뀐 뒤 아세틸화를 통해 히스톤에 달라붙는 것으로 밝혀졌다. 술(에탄올)이 대사돼 해마 뉴런에서 히스톤 아세틸화의 재료로 쓰였다는 말이다. 그 결과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됐다. 이런 변화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연구자들은 우리를 반으로 나눠 한쪽에서는 에탄올을, 다른 쪽에서는 소금물을 투여하는 실험을 8일에 걸쳐 반복했다. 그 뒤 쥐를 우리에 넣자 녀석들은 시간 대부분을 과거 에탄올을 투여받은 공간에서 머물렀다(음주의 추억!). 참고로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은 사람이 과거 술을 마시던 환경을 접하면 음주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쥐 해마 뉴런의 히스톤 아세틸화 정도는 에탄올 투여 후 30분이 지났을 때가 정점이었고 4시간 뒤에는 원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람은 보통 한두 시간 이상 술자리를 가지므로 이때 아세틸화가 많이 되고 따라서 당시 상황이 기억에 새겨질 것이다.

도파민도 히스톤에 달라붙어

지난 4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별사탕 모양)이 VTA 도파민 뉴런 히스톤의 글루타민(Q)에 달라붙어(효소(TGM2)의 작용으로) 후성유전적 작용으로 코카인 중독 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오른쪽 그림은 도파민 분자(위)가 글루타민(아래)과 결합한 구조를 보여준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 4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별사탕 모양)이 VTA 도파민 뉴런 히스톤의 글루타민(Q)에 달라붙어(효소(TGM2)의 작용으로) 후성유전적 작용으로 코카인 중독 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오른쪽 그림은 도파민 분자(위)가 글루타민(아래)과 결합한 구조를 보여준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 4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약물 중독과 관련된 뜻밖의 후성유전적 메커니즘이 밝힌 논문이 실렸다. 중독에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고 분비하는 중뇌 복측피개영역(VTA)의 도파민 뉴런이 관여한다. 즉 약물 투여나 도박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도파민 뉴런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결국 보상회로 변형으로 이어져 중독 증상이 생긴다. 중독 행위를 하면 도파민 수치가 치솟아 쾌감을 느끼고 행위를 끊으면 도파민이 고갈돼 금단 현상이 생긴다.

미국 프리드먼뇌연구소 이언 메이즈 교수팀은 도파민이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할 뿐 아니라 VTA 뉴런의 핵에서 히스톤의 글루타민(아미노산의 하나)에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코카인 같은 약물을 반복적으로 투여했을 때 VTA 뉴런의 히스톤이 도파민화되는 정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만일 뉴런의 도파민화가 후성유전적 기능을 한다면 그 정도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만성 코카인 중독인 사망자의 뇌를 부검해 VTA 뉴런 히스톤의 도파민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조군인 비중독자에 비해 도파민화 정도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을 대상으로는 연구에 한계가 있어 연구자들은 쥐에게 코카인을 열흘 동안 자가투여하게 한 뒤 당일, 하루 뒤, 한 달 뒤의 VTA 뉴런의 히스톤 도파민화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당일과 하루 뒤는 대조군(소금물 투여)에 비해 도파민화가 낮았고(사람 결과와 같다) 한 달 뒤에는 더 높았다. 중독이 되면 약물을 끊었을 때 VTA 뉴런 히스톤의 도파민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그 결과는 유전자 발현 이상으로 이어져 약물을 갈구하는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만일 VTA 뉴런에서 히스톤의 도파민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자들은 도파민이 달라붙는 글루타민 자리를 알라닌으로 바꾼 변이 히스톤 단백질을 만든 뒤 코카인 자가투여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투여가 끝난 뒤에도 쥐는 약물을 갈구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열흘 동안 투여했음에도 코카인 중독으로 이끄는 보상회로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편 도파민과 구조가 비슷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도 히스톤에 달라붙는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효의 산물인 젖산 역시 히스톤에 달라붙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꾼다는 사실이 지난해 밝혀졌다. 히스톤에 달라붙어 후성유전적 영향을 미치는 대사물질의 목록은 당분간 늘어나지 않을까.

전성설과 후성설의 힘겨루기

신경생물학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리처드 프랜시스는 2011년 펴낸 책 ‘쉽게 쓴 후성유전학’에서 후생유전학의 역사를 잠깐 소개했다. 저자에 따르면 그 기원은 발생에 대한 전성설(preformationism)에 반기를 든 후성설(epigenesis)이다. 

전성설은 수정란에 발생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는 입장으로, 19세기 독일의 발생학자 빌헬름 루가 대표적 인물이다. 이에 따르면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정보도 나뉘어 각각의 명령에 따라 세포 분화가 이뤄지고 성체로 완성된다. 직관적으로 그럴듯한 설명이다.

반면 후성설은 세포분열을 하더라도 각 세포에서 전체 정보는 유지되고 배아에서 놓인 위치에 따른 상호작용의 결과로 세포 특성이 결정된다는 입장으로 역시 독일의 발생학자인 한스 드리슈가 대표였다. 드리슈는 성게 수정란이 세 차례 분열할 때, 다시 말해 여덟 개의 세포로 이뤄진 배아까지는 세포를 갈랐을 때 각각 정상적인 성게로 발생함을 실험으로 보였다. 수정란이 분열해도 정보는 각 세포에 온전히 보존돼 있고 8개 세포 배아까지는 각각이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지금 용어로는 만능줄기세포). 

19세기 독일의 발생학자 한스 드리슈는 기발한 성게 배아 실험으로 후성설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 뒤 발생 과정의 복잡함에 압도돼 생기론이라는 비과학적 설명으로 물러섰고 나중에는 철학자가 됐다. 드리슈가 끝까지 과학적 추구를 견지했다면 오늘날 ‘후생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지 않을까. 위키피디아 제공

19세기 독일의 발생학자 한스 드리슈는 기발한 성게 배아 실험으로 후성설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 뒤 발생 과정의 복잡함에 압도돼 생기론이라는 비과학적 설명으로 물러섰고 나중에는 철학자가 됐다. 드리슈가 끝까지 과학적 추구를 견지했다면 오늘날 ‘후생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지 않을까. 위키피디아 제공

또 분화 중인 배아에서 특정 조직으로 자랄 위치의 세포를 떼어 다른 조직으로 자랄 위치에 끼워 넣어도 정상적인 개체로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자리를 옮긴 세포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분화의 방향을 틀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드리슈는 세포핵 밖의 물질들이 핵(유전 물질)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핵이 다시 세포 물질들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세포 환경이 유전자 조절에 관여한다는 현대적 개념을 예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드리슈는 발생의 복잡성에 압도돼 결국 자연주의(과학)적 설명을 포기하고 영혼과 비슷한 모종의 원리인 ‘생기론’으로 후퇴했고 나중에는 철학으로 전향했다. 

저자는 인간 게놈 정보를 청사진으로 바라보는 유전학의 관점은 현대판 전성설로 다시 한번 후성유전학에 패배할 운명이라고 보고 있다. 게놈 정보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필요조건일 뿐이고 유전자 바깥에 더 많은 정보가 존재하며 매 순간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것이다.

기존 유전학도 복잡한데(인간 게놈은 30억 염기쌍이다!) 여기에 더 복잡하고 생소한 개념이 난무하는 후성유전학까지 더해지니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길이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게 바로 오늘날 생명과학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 하나의 질문에 답을 얻으면 새로운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르게 하는 연구가 좋은 연구라고 하지 않던가. 문득 웜홀과 블랙홀의 작명자인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의 말이 떠오른다.

“지식이라는 섬이 넓어질수록 무지라는 해변이 길어진다.”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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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이산화탄소 자원화 ‘걸림돌’ 해결 실마리 찾았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걸림돌’ 해결 실마리 찾았다

2020.11.09 15:18

황윤정 KIST 책임연구원. KIST 제공.

황윤정 KIST 책임연구원. KIST 제공.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이산화탄소를 화학공업의 출발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으로 변환하는 연구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에틸렌으로 전환되는 반응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황윤정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에틸렌 생성 반응의 핵심 중간경로를 규명해 촉매 성능 향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김우열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환원으로 에틸렌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구리 기반 촉매의 표면에 흡착한 반응 중간체를 관찰하고 실시간으로 거동을 분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구리 기반 촉매는 이산화탄소를 전환해 메탄이나 에틸렌, 에탄올 등 화합물로 합성하는 데 활용됐다. 그러나 화합물을 선적으로 합성하는 제어기술은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적외선분광학 분석법을 적용해 나노구리입자 촉매 표면의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에서 일산화탄소 외에 에틸렌이 되는 과정의 중간체와 메탄을 생성하는 중간체를 각각 관찰했다. 그 결과 일산화탄소와 에틸렌 중간체는 같은 시간대에 생성되는 반면 메탄올 중간체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생성됐다. 이 때 반응경로를 제어하면 촉매 표면에서 화합물 생성 선택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에틸렌 생성에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새로운 촉매 소재로 구리수산화물 나노와이어를 제시했다. 구리수산화물 촉매 표면에 일산화탄소가 흡착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가 존재하며 이중 특정자리에 흡착한 일산화탄소가 빠르게 탄소-탄소 결합의 중간체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탄소-탄소 결합 반응은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이산화탄소로부터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반응이다. 

황윤정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 기반 차세대 탄소자원화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에너지환경과학’ 최신호에 게재됐다. 

  •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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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알아봅시다]  [잠깐과학]물리학자는 왜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했을까

[알아봅시다] 

[잠깐과학]물리학자는 왜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했을까

2020.11.14 10:00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시스템 속에 서 있는 모습. CERN 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컴퓨팅 시설의 모습이다.  CERN 제공

입자물리학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는 실험 후 해일처럼 밀려오는 데이터 홍수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과정입니다. 모래사장에서 모래알 하나를 찾는 일과 같습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물리학자인 팀 버너스리가 웰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이유입니다.

‘데이터 보정’이라는 힘들고 고된 일

2015년 미국 상대론적 중이온가속기(RHIC)에서 입자 충돌 실험인 피닉스(PHENIX)에 참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양성자를 서로 충돌시키면 나오는 ‘바텀 쿼크’가 한 번 더 붕괴해 나오는 입자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 작은 입자는 양성자가 충돌한 지점에서 500μm(마이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진짜 발견하려면 입자의 위치와 경로를 정확히 측정해야 합니다.

제가 입자를 검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실리콘 검출기에는 작은 센서인 ‘픽셀’들이 모눈종이처럼 붙어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가 약 100㎛로 매우 작은 픽셀은 입자가 지나가면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 정보로 입자들이 검출기를 지나며 마주친 픽셀들을 모으면 각 입자들의 경로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경로를 따라 각 입자가 처음 생겼던 곳을 추적해 가는데, 만약 입자의 시작점이 양성자 충돌 지점에서 수백㎛떨어져 있다면 바텀 쿼크가 붕괴하며 나온 입자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픽셀이 너무 작아 완벽하게 줄을 세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픽셀은 여러 개가 모여 한 층을 이루고, 이 층이 여러 개 모여 검출기를 이룹니다. 검출기가 입자의 경로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각 층이 서로 뒤틀리지 않고 나란히 정렬돼야 하지만, 100㎛ 크기의 픽셀들이 정확히 정렬돼도록 검출기를 만들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1㎜ 라도 어긋나면 한 층을 지나간 입자가 다음 층에서는 엄청 멀리 떨어진 픽셀을 지나간 것처럼 측정될 겁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픽셀들이 정확히 정렬되어 있지 않다고 가정하고, 실험 후에 컴퓨터로 데이터를 보정합니다. 픽셀 하나는 좌우, 위아래, 앞뒤로 이동할 뿐만 아니라 회전할 수도 있어 모든 변수를 고려해 계산합니다. 이 작업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려 저도 2년간 보정 작업을 거친 후에야 원하는 입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속기에서 영화 10만 편에 달하는 데이터가 쏟아진다

여행지에서 무심코 사진을 찍으면 어느새 카메라에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경고 메시지가 뜹니다. 사진의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용량이 커져 더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일이 가속기 실험에서도 일어납니다. 입자 충돌 실험에서 발생하는 입자는 검출기를 지나면서 마주치는 픽셀에 흔적을 남기는데, 이 신호를 저장하는 것이 사진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사진처럼 검출기도 픽셀이 많아질수록 정밀해집니다. 그럴수록 저장해야 할 데이터량도 많아집니다.

실리콘 검출기 중에서는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각각 3㎝ , 1.5㎝인 칩 하나에 픽셀이 약 50만 개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실험에서 저장하는 데이터는 1년에 1PB(페타바이트) 이상인데, 1PB는 요즘 컴퓨터에 사용되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인 1TB(테라바이트)의 약 1000배입니다. 용량이 10GB(기가바이트)인 초고화질 영화 십만 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려면 컴퓨터도 많이 필요합니다. RHIC의 컴퓨터에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약 3만 개 달려있습니다. CPU가 하나만 있다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1달 정도 걸릴 것을, 3만 개를 동시에 작동시켜 몇 분만에 끝내는 겁니다. 전 세계 약 천 명의 연구자들이 이 컴퓨팅 시설에 접속해 충돌 실험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물리학자가 www를 만든 이유

팀 버너스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재직하던 1994년에 CERN 및 자신이 1989년 제안한 월드와이드웹(WWW) 화면을 띄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사진 제공 CERN

팀 버너스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재직하던 1994년에 CERN 및 자신이 1989년 제안한 월드와이드웹(WWW) 화면을 띄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사진 제공 CERN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컴퓨팅 시설은 더 독특합니다. 처리하는 데이터량에 비해 연구소 안에 컴퓨터가 많지 않습니다. 이는 데이터가 세계 곳곳에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에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할 때 앞에 ‘www’가 붙는 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www’는 URL이라는 고유한 주소를 이용하는 정보 검색 시스템입니다. CERN에서 개발됐습니다. CERN은 1980년대까지 데이터를 여러 컴퓨터에 나눠 저장하는 바람에 하나의 정보를 찾으려면 수많은 컴퓨터를 뒤져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있는 정보도 잘 찾을 수 없었습니다.

CERN에서 물리학을 연구하던 팀 버너스리 연구원은 1989년 3월 www를 고안했습니다. 여러 컴퓨터에 나뉜 정보에 각각 주소를 지정해 쉽게 검색하도록 한 것입니다. 도서관이 각 책에 위치 코드를 달아 분류하는 것 처럼요. www를 이용하면 CERN 밖에 있는 물리학자들도 정보를 빠르게 교환할 수 있어 공동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일반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가 개발되면서 지금과 같은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2008년부터 CERN은 전 세계의 컴퓨터를 하나로 묶은 ‘WLCG’라는 시설을 구축해 왔습니다. 전 세계 42개 국가의 170여 개 컴퓨팅 시설에 데이터를 나누어 저장합니다. WLCG에는 매년 10PB 이상의 데이터가 새로 저장돼 전 세계 약 만 명에 가까운 연구자들이 이용합니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도 WLCG에 속하는 덕에 국내 연구원도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이뤄지는 실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3호(11월 15일 발행) [헥!헥! 핵물리학자] 요건 몰랐지? www는 물리학자가 개발했다

※필자소개

임상훈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고에너지 핵물리학을 연구한다. 미국의 상대론적 중이온 가속기(RHIC)와 유럽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에서 각각 피닉스(PHENIX) 실험과 앨리스(ALICE) 실험에 참여한다.

  • 임상훈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shlim@pusan.ac.kr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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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1월 2020

[사이언스샷] 별 폭발 현장으로 날아간 레이저

[사이언스샷] 별 폭발 현장으로 날아간 레이저

이영완 과학전문기

칠레 파라날 천문대에서 용골자리 에타를 향해 발사된 레이저들. 과학자들은 레이저를 관측해 먼 별에서 온 빛이 지구 대기와 만나 어떻게 변형되는지 알아냈다./ESO
 
칠레 파라날 천문대에서 용골자리 에타를 향해 발사된 레이저들. 과학자들은 레이저를 관측해 먼 별에서 온 빛이 지구 대기와 만나 어떻게 변형되는지 알아냈다./ESO

우주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지구에서 은하 저 멀리 보라색 별로 레이저가 발사됐다. 주황색 빛다발들이 향한 곳은 용골(龍骨)자리 성운(Carina Nebula). 다행히 지구와 성운 사이 아무런 갈등도 없다. 레이저는 과학자들이 이 성운에서 벌어진 폭발을 관측하기 위해 발사한 것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지난 9일 우리 은하의 용골자리 성운으로 뻗어가는 레이저 빔을 ‘이 주의 사진’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용골자리 성운 또는 용골자리 에타 성운(Eta Carinae Nebula)은 천구 남쪽에 있는 별자리인 용골자리 방향으로 지구로부터 약 8500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거리에 있다. 밝고 어두운 성운들이 대규모로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는 영역이다.

ESO 과학자들은 용골자리 성운 중 용골자리 에타에 레이저를 겨냥했다. 이 별은 용골자리에 있는 매우 밝은 두 개의 거성으로, 밝기가 태양의 500만 배에 이른다. 질량은 태양의 100~150배이다.

용골자리 에타는 200년 전 폭발해 엄청난 양의 가스를 분출했다. 강력한 폭발 덕분에 이 별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빛나는 천체 중 하나로 꼽힌다. 형형색색의 빛은 별이 분출한 가스들이 전기를 띤 이온이 되면서 생긴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레이저로 용골자리 에타를 맞히기라도 하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는 천체망원경으로 이 별을 관측한 데이터를 보정하기 위해 발사됐다.

용골자리 에타는 아무리 밝아도 지구로부터 7500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관측이 쉽지 않다. 천체 관측에서 가장 성가신 것은 지구의 대기이다. 먼 곳에서 온 빛이 대기에 산란돼 왜곡되기 때문이다. ESO 과학자들은 레이저로 먼 곳의 별이 대기와 만나 산란되는 과정을 모사했다.

칠레에 있는 ESO의 파라날 천문대는 해발 2635m의 파라날 산에 있다. 천문대의 가장 큰 망원경은 지름 8.2m 망원경 4대로 이뤄진 거대망원경(VLT)다. 연구진은 VLT의 망원경 하나를 먼 곳에 있는 가상의 별로 삼고 이곳에서 용골자리 에타를 항해 레이저를 쏘았다.

레이저를 구성하는 나트륨은 대기와 만나 주황색을 띤다. 연구진은 이 레이저를 관측하면서 빛이 지구의 대기와 만나 어떻게 산란되는지 측정했다. 이를 실제 용골자리 에타를 관측한 데이터를 보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0/11/18/R57GMUDZ4BFUPE64KHZFQ6RU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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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1월 2020

[朝鮮칼럼 The Column] 기축옥사 이후 못난 역사 반복할 것인가

[朝鮮칼럼 The Column] 기축옥사 이후 못난 역사 반복할 것인가

기축옥사는 반대파 대학살 西人 장기 독재 시발점
특정 세력 폭주에 戰亂 무방비 임진왜란·병자호란 비극 자초
적폐 청산 후유증 심각 미래 대비 않으면 위기 올 것

1589년 조선에 ‘기축옥사’라는 사건이 있었다. 명분은 ‘정여립 모반 사건’ 가담자 처벌이었지만 사실은 왕위 계승의 정통성이 부족한 선조가 입지를 강화하고자 동인을 토벌한 대참극이었다. 3년간 사형이나 유배를 당한 동인 선비가 1000여 명에 달했고 조정에는 일할 관리가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 4대 사화 다 합쳐도 희생자가 5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기축옥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인 세력을 절멸시킨 서인들은 1623년에는 인조반정을 주도하여 광해군과 북인마저 제거하면서 바야흐로 서인 세상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왕비는 서인 출신으로 간택하고, 조정은 서인들로 채우면서 조선이 망할 때까지 집권했다.

서인들만의 세상이 되면서 정치 환경이 확 바뀌었다. 정책이나 논리 경쟁은 사라지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 사생결단 정치가 전개되었다. 효종 때 서인들이 반대한 ‘북벌론’을 주장한 남인의 거두 윤휴를 성리학의 이단으로 몰다가 반역죄를 씌워 처형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학문도 성리학 이외에는 허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성리학 이념만이 최고 가치가 되면서 기업을 천시하고, ‘상복을 몇 년간 입어야 하는가?’ 하는 예송 논쟁이나 벌이고 있었으니 나라가 잘될 수 없다. 결국 변방 약소국으로, 오로지 중국 속국으로 만족하며 살다가 중국이 붕괴하면서 같이 망했다.

2019년 10월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일대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 및 정권퇴진 촉구 집회. /조선일보 DB
 
2019년 10월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일대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 및 정권퇴진 촉구 집회. /조선일보 DB

지금 431년 전 기축옥사를 되짚어 보는 것은 2017년 적폐 청산 이후 우리 사회와 닮은 점이 너무 많아 역사의 교훈을 찾기 위해서이다. 진보 진영이 적폐 청산 명분으로 대통령, 대법원장, 국정원장, 장관, 군 장성 등 보수 진영을 초토화하고 입법, 사법, 행정, 언론 등 거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것은 과거 서인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정치 환경이 편 가르기와 사생결단식으로 가는 것도 유사하다. 전직 대통령들을 차례로 수감하는 모습은 참 모질다.

가장 우려되는 공통점은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행태다. 공수처법에 대해 소신을 밝힌 여당 국회의원은 미운털이 박혀 배척당했고, ‘지역 사랑 상품권이 큰 효과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국책 연구원은 대선 주자에게 호되게 야단맞았다. 탈원전은 거의 성리학 수준이다. 감사를 했다고, 수사를 한다고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을 향해 총공세를 가하는 여권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사회는 다양해야 건강하게 발전하는데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적폐니, 토착 왜구니, 친재벌이니’ 하며 적대시하는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2019년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사법적폐, 청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강호 기자
 
2019년 9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수호’, ‘사법적폐, 청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정부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권의 뜻과 달리 국가 재정을 아끼려던 경제부총리는 시달리다 못해 사의 표명까지 했고, 역시 국가 부채를 걱정한 한은 총재는 여당 의원에게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산자부는 원전 정책이 무너져도, 주 52시간제나 경제 3법 등으로 기업인들 속이 타들어 가도 묵묵부답이다. 복지부는 소통 없이 공공 의대를 강행하다가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환경부는 아직도 4대강 흠집 내기에 열심이다. 정부 안의 전문 관료들 의견은 실종되고 진영 논리만 가득하다.

그나마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곳은 법무부와 검찰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는 너무나 치졸해서 대한민국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검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어쩌다가 ‘개’에 비유당하고, 이상한 정치인 1명 때문에 망가질 만큼 우스운 곳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기축옥사를 수사한 사람은 우리에게 문인으로 잘 알려진 송강 정철이다. 선조는 정철을 특검으로 임명하면서 “백관 중의 독수리, 대궐의 맹호”라고 극찬했지만 기축옥사가 끝나가던 1591년 말 “악독한 정철이 내 선한 선비들을 다 죽였다”고 분노하며 유배시켰다. 정철은 이후 술독에 빠져 살다가 2년 후 57세에 강화도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적폐 청산 총대를 멨던 검찰은 앞으로 어떻게 역사에 기록될까?

기축옥사 3년 후 조선은 임진왜란을 맞았다. 선조는 도망가고, 백성은 경복궁에 불을 질렀다. 이후 정묘호란, 병자호란까지 맞으며 조선은 쑥대밭이 되었다. 서인들이 미래 대비는 안 하고, 자기들끼리 안방 정치만 한 대가다. 지금 우리도 적폐 청산 3년이 지나면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여권이 지금처럼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하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꿈꾸다가는 기축옥사 이후의 못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출처]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0/11/16/E6HJWTTDRVDEBFMXOELLLVJ7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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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1월 2020

[중앙일보 창간기획]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중앙일보 창간기획]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창간기획] ① 편가르기는 죄인가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좋은 질문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 뉴턴의 질문(『프린키피아』)은 중력의 원리를 밝혀냈고, 루소의 문제 제기(『인간 불평등 기원론』)는 복지국가 이론의 단초가 됐다. 종교의 경전 또한 성찰과 물음으로 진리의 삶을 이끈다. 반대로 나쁜 질문은 개인과 국가, 인류를 위기에 빠트린다. “독일 민족은 선택받은 아리아인이 아니냐”던 히틀러의 우문은 유대인 학살과 참혹한 전쟁으로 이어졌다.
 

 

좋은 질문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경제·외교안보·미래, 함께 고민을

좋은 질문은 축적된 지식과 깊은 통찰에서 나온다. 수십만 년 전부터 인류는 달과 별이 뜨고 지는 것을 봤지만, 꽤 오랜 후에야 “지구 스스로 돌고 있는 것 아닐까”란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질문을 위해선 세밀한 관찰로 문제를 발견하고,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 가설을 세워야 한다. 좋은 질문은 사안의 핵심을 파고드는 통찰이며,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없는 창의적 직관이다. 그렇기에 슬라보이 지제크는 “자판기처럼 해결책을 내놓는 전문가는 많지만, 본질을 탐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지식인은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지식인들의 비판적 질문을 경시한다. 양자택일을 강요하며, 관용이 부족한 발문으로 다양성을 가로막는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장하성)에서 시작된 소득주도 성장은 양극화의 근본 원인이 ‘소득 격차’라는 질문에서 나왔다. 이는 “불평등의 본질은 자산”이라는 진보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이론과 배치되며, 소득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2017~2019년(통계청 가계수지 4분기) 하위 20%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50만원에서 132만원으로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845만원에서 946만원으로 늘었다.
 
“괴물 검찰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던 조국(『진보집권플랜』)의 질문도 틀렸다.  바른 질문이라면 ‘누구를’ 위해 ‘무엇을’ 개혁할 것인지 물어야 했다.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면 대통령의 말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엄정하도록”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한없이 나긋하다. ‘청와대 정부’라는 새로운 ‘괴물’까지 나오고 있다. 평생 검사 얼굴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반인을 위해서라면 조두순 같은 흉악범을 막는 ‘범죄와의 전쟁’이나 각종 민생사범을 줄이는 것부터 고민하지 않았을까.
 
정의·평화를 외치는 대통령 또한 청년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했다면 ‘공정’만 공허하게 37번이나 외치진 않았을 것이다. 정의가 집권세력이 아닌 국민의 것이었다면, 범죄 피의자에게 ‘마음의 빚’을 표현할 일도 없다. 국민의 안위가 우선이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생명존중 의지에 경의’(8일 친서) 같은 표현으로 북한 바라기만 했을까.
 
라파엘로가 묘사한 아테네학당의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 발을 디딘 채 눈은 미래를 향하며 묻는다. 더 이상 과거로 침잠하는 구시대의 질문을 반복해선 안 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없다”던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새롭고 본질을 향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개인이 자신의 노력으로 더 나은 성취를 이루고, 노력에 따른 보상이 공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야 한다. 3년 전 ‘이게 나라냐’던 국민의 좌절감이 ‘나라가 네 것이냐’는 분노로 돌아온 이유를 집권세력은 자문해 보라. 누구를 위한 정의와 평등이며, 어떻게 공정할 것인지 평범한 시민들이 묻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중앙일보 창간기획]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882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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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1월 2020

[윤석만 인간의 삶을 묻다] 말로만 진보, 행동은 물질적 욕망 좇고 계층세습

[윤석만 인간의 삶을 묻다]

말로만 진보, 행동은 물질적 욕망 좇고 계층세습

[중앙일보] 입력 2020.11.06 00:33   수정 2020.11.10 18:34

강남좌파 & 브라만좌파

‘살롱좌파’의 대명사인 사르트르(가운데)와 그의 연인인 보부아르가 좌파 혁명가인 체 게바라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살롱좌파’의 대명사인 사르트르(가운데)와 그의 연인인 보부아르가 좌파 혁명가인 체 게바라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 위키피디아]

인물·개념
장 폴 사르트르

장 폴 사르트르

장 폴 사르트르
(1905~1980). 마르틴 하이데거의 현상학에서 영향을 받아 실존주의 철학의 기틀을 다졌다. 『구토』, 『존재와 무』 등의 역작을 통해 프랑스의 대표 지성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 등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을 지나치게 미화하면서 강제수용소 같은 인권유린을 묵인해 자유주의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모든 국민이 강남 살 이유 없다”
계급 장벽 논란 부른 장하성·조국
‘내로남불’도 모자라 불평등 공고화
386 권력의 중심엔 학연 네트워크

  

토마 피케티

토마 피케티

 삼원사회
토마 피케티(사진)는 1789년 프랑스혁명 이전의 구체제를 지배계급인 사제와 귀족, 피지배계급인 평민으로 이뤄진 ‘삼원사회’로 명명했다. 현대사회도 사제에 해당하는 학력 엘리트(브라만좌파)와 귀족에 해당하는 자산 엘리트(상인우파)가 기득권을 나눠 갖고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킨다는 게 피케티의 주장이다.

강남좌파

강남좌파

강남좌파
미국에선 리무진좌파, 영국에선 샴페인사회주의자, 프랑스에선 캐비어좌파 등으로 불린다. 원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 진보를 칭하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교육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는 ‘브라만좌파’로 확대됐다. 교수 등 고학력 지식인이 많고 노동 등 민생 이슈보다 이념적 이슈를 강조한다.

“미국의 꼭두각시인 이승만의 남한이 38선을 따라 정해진 국경 3곳에서 북한을 선제공격했다.” 1950년 6월 26일 프랑스 공산당 기관지인 ‘뤼마니테(L’Humanité)’의 공식 발표입니다. 사회주의가 패션처럼 유행했던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선 대한민국의 북침설을 믿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이가 장 폴 사르트르입니다.
 
파리국립정치학교 교수인 장 프랑수아 시리넬리 등이 쓴 『프랑스 지식인들과 한국전쟁』에 따르면 사르트르는 6·25 발발 직후 전쟁의 원인이 남한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성의 남침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왔을 때는 “북한이 미국의 유인 전략에 빠져 전쟁을 시작했다”는 궤변을 늘어놨죠.
 
실존주의 철학의 대부인 사르트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지성입니다. 그의 학문적 성과 못지않게 시몬 드 보부아르와의 계약결혼 등 사생활로도 큰 유명세를 떨쳤고요. 특히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물질적 향유로 점철된 그의 삶은 늘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머릿속과 말에서만 급진적이었고 삶에서는 부르주아적 모순 투성이었다”며 “어지러운 사생활과 배치되는 선동적인 진보 레토릭으로 지식인 사회를 평정했다”고 설명합니다. 당시 프랑스에선 사르트르처럼 고급 살롱의 문화를 즐기며 진보를 자칭하는 소위 ‘살롱좌파’가 많았습니다.
 
사르트르의 모순된 삶에 환멸을 느낀 지식인 중 일부는 절교를 선언했습니다. 대표적인 이가 유년시절부터 친구였던 레이몽 아롱입니다. 아롱은 “정직한 좌파는 머리가 나쁘고, 머리 좋은 좌파는 정직할 수 없다”는 말로 유명하죠. 그는 ‘살롱좌파’의 위선을 꼬집으며 “사회주의는 지식인의 아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르트르는 국민영웅 샤를 드골을 ‘프랑스의 히틀러’라고 비난하고, 『수용소 군도』에서 소련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을 “시대착오적 인물”이라며 폄훼했습니다. 윤평중 교수는 “사르트르가 강제수용소 같은 인권탄압을 잘 알면서도 소련을 옹호했다”고 말합니다. 결국 환멸을 느낀 ‘절친’ 메를로 퐁티와 알베르 카뮈 등도 그의 곁을 떠났죠.
  
프랑스엔 살롱좌파, 한국엔 강남좌파
 
반세기가 훌쩍 지난 한국에는 ‘살롱좌파’ 대신 ‘강남좌파’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강남좌파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정의대로 “정치적·이념적으로는 좌파지만 소득수준과 라이프스타일은 강남주민 같은 사람”을 뜻합니다.
 
실제로 현 정권에는 말로만 진보를 외치고 행동으로는 물질적 욕망을 실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의 입’이던 김의겸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8년 7월 흑석동 재개발 지역의 건물을 25억7000만원에 매입 후 2019년 12월 34억5000만원에 매각했습니다.
 
노영민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 반포의 아파트는 놔두고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의 집만 팔겠다고 했다가 ‘똘똘한 한 채’ 비판에 휘말렸습니다. 논란 끝에 반포 아파트까지 매각했지만, 8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죠. 강남 다주택 논란을 빚은 김조원 민정수석은 끝내 청와대를 떠날 때까지 아파트를 팔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비판하면서 뒤에선 그 이익을 가장 먼저 챙기는 정권 실세들의 모습에 많은 국민이 실망했습니다. 특히 ‘386’ 정치인들의 다수는 말로는 평등, 반미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누구보다 자본주의적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았죠.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권세력조차 정책과 반대로 행동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더해 강남좌파는 말과 행동의 괴리에 빠진 살롱좌파에만 머물지 않고 불평등 구조를 공고화하는 브라만좌파가 되려하고 있습니다. 토마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학력 엘리트인 브라만좌파가 자산 엘리트인 상인우파와 결탁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양극화 구조를 공고히 한다”고 말합니다. “부를 재분배하고 서민층을 대변하는 원래의 좌파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자신의 물질적 욕망을 좇는 데 그치지 않고, 학력과 주거지로 구분되는 계급 차별의 울타리를 높이면서 세습을 통해 계층 이동의 희망사다리를 차버리고 있는 것이죠. 결국 브라만좌파와 상인우파 모두 기득권이라는 게 피케티의 주장입니다.
 
『꿈을 쌓아두는 사람들(Dream Hoarders)』의 저자인 리처드 리브스의 문제의식도 비슷합니다. “고학력 부모들이 최고의 학교에 자녀를 보내 사회·경제적 부를 대물림하며 구조적 장벽을 쌓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대학입시는 인턴 기회가 많은 응시자에게 유리하도록 설정돼 있고, 명문대 입시를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특권의 산꼭대기가 존재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특히 “포틀랜드·뉴욕·샌프란시스코 같은 곳에 모여 살면서 다른 계층이 학군 좋은 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죠.
  
조국·장하성은 브라만좌파

장하성(左), 조국(右)

장하성(左), 조국(右)

한국에선 강남좌파의 원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장하성 주중대사가 대표적인 브라만좌파입니다. 두 사람 모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막대한 자산을 축적했습니다. 각각 미국의 버클리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공부했고, 유명대학(서울·고려대) 교수 출신이라는 뛰어난 스펙도 갖췄죠.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부와 명예는 물론 권력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두 사람은 ‘내로남불’에만 그치지 않고, 계층의 장벽까지 쌓는 모습을 보입니다. 장 대사는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인 2018년 9월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저도 강남에 살기에 드리는 말씀”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3년간 그의 잠실 아파트는 10억 원이 넘게 올랐고, 여론은 ‘왜 당신만 강남에 살아야 하느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죠.
 
조 전 장관은 트위터에서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용이 되지 않고 개천에서 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의 입시 편법 논란 이후 본인의 아들·딸만 용으로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죠. 고교생이 SCI급 의학논문의 저자가 되는 것은 부모가 학력 엘리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학력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는 진보 인사들의 이중성은 조 전 장관만의 일이 아닙니다. 유시민과 전·현직 교육감인 곽노현·조희연·김승환 등은 외국어고·자사고 폐지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외고를 보냈습니다. 평등 교육을 강조해온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의 세 딸은 강남의 학교를 나왔고요. 반미·반일을 외쳤던 이인영·윤미향 등 여권 인사들은 학비가 비싼 스위스·미국 등지에 자녀를 유학 보냈죠.
 
현 집권세력이 정치, 검찰, 언론, 재벌 등 각 분야의 개혁에 소리 높이면서도 학벌 타파에 관심이 적은 이유는 그들의 가장 큰 권력이 학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학연으로 맺어진 80년대 민주화운동과 90년대 시민운동의 주도자들은 대부분 누구누구의 친구이거나 선후배로 강력한 결속력을 보입니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386세대는 학연·지연·혈연의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원리를 터득해 시민사회와 국가를 점유하고 위계구조의 상층을 ‘과잉 점유’했다”고 비판합니다(『불평등의 세대』). 교내외 학생회·서클 등을 조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거대한 기득권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죠.
 
그 결과 네트워크 안에 있는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지만(박원순·윤미향·조국 등), 그 밖에 있으면 과감하게 버립니다. 부동산 차명 의혹을 받은 양정숙 의원과 재산신고를 누락한 김홍업 의원을 빠르게 ‘손절’한 게 대표적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말 “분노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현재의 집권세력은 가짜 진보”라는 김경률 회계사의 말처럼 이들이 스스로를 계속 진보라고 부르도록 내버려 둬도 되는지 ‘진짜 진보’에게 묻습니다. 원로 지식인 홍세화 선생의 말대로 “(가짜 진보에게) 진보라는 개념을 뺏기는 것도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니까요.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913424#none

 

[옮긴이 P.S.] 공정을 강조한  머시기가 운동권 자녀는 대입과 의대에 특혜를 주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1년내내 수업도 안듣고 

시험도 무시하는  운동권학생이 멀쩡이 졸업하는 교육을 받은 관례의 이대올로기의 결과다.

김연아처럼 올림픽에 금메달 따는 것도 아닌데 운동한다고 자신은 훈장받고 특혜를 누린다는 건데 운동권 입장에서의 공정이다. 

운동해서 금메달리스트도 아닌데 공정하게 자기는 우월하다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생각!

더 나쁜것은 운동의 목적은 자신의 그런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멀쩡히 바른 생활하는 학우들을 방해하고, 해코지 하고, 비방 조롱하고 자신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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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1월 2020

[과학뉴스] 용암 바다 출렁이고 돌로 된 비 내리는 지옥같은 행성

[과학뉴스] 용암 바다 출렁이고 돌로 된 비 내리는 지옥같은 행성

2020.11.04 15:20

198광년 밖 ‘K2-141 b’…시속 5천㎞ 초음속 강풍도 한몫

표면·바다·대기 모두 암석 성분, 지구 물순환처럼 순환

'용암 행성' K2-141 b 상상도

[Julie Roussy, McGill Graphic Design and Getty Image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00㎞ 깊이의 용암으로 된 바다가 출렁이고 시속 5천㎞의 초음속 강풍이 부는데다, 돌로 된 비까지 내리는 지옥 같은 행성이 과연 존재할까?

캐나다 맥길대학교 지구행성과학과 니컬러스 코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198광년 떨어진 물병자리의 별을 돌고 있는 지구 크기의 암석형 행성 ‘K2-141b’가 이런 조건을 가진 행성이라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를 통해 내놓았다.

K2-141b는 지난 2018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천체면 통과 방식으로 태양보다 작은 K형 주계열성을 6.7시간 주기로 돌고 있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맥길대학과 과학 매체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K2-141b가 가진 극한 기후 조건을 처음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내년 말에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진위가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K2-141b가 항성 빛을 받는 패턴을 분석해 약 3분의 2가 영구적으로 빛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빛을 못 받는 밤 지역 온도는 영하 200도까지 떨어지지만, 항상 별빛을 받는 낮 지역은 3천도에 달한다.

이는 암석을 녹이다 못해 기체로 증발시켜 일부 지역에 대기까지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성의 표면과 바다, 대기가 모두 암석 성분으로 이뤄진 셈이다.

코완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로는 대기가 용암 바다의 해변에서 약간 넘어선 곳까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하기가 쉬울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수증기가 대기로 올라가 응결돼 비로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K2-141b 행성에서도 극한 온도로 만들어진 암석의 증기가 나트륨(Na)과 일산화규소(SiO), 이산화규소(SiO₂)로 된 대기를 만들고 돌로 된 비를 내리게 한다는 결과도 얻었다.

지구에서는 수증기가 빗물이 되어 내리고 바다나 호수로 흘러들어 다시 수증기가 되는 물순환 과정이 반복되지만, K2-141b에서는 광물 증기가 초음속 강풍에 실려 온도가 낮은 밤지역으로 쓸려가 돌로 응결된 뒤 용암의 바다에 떨어지고 조류를 타고 낮 지역으로 흘러들어 증발하는 순환과정을 겪는다.

다만 이 과정이 불안정하고 속도가 느려 광물 성분이 장기간에 걸쳐 바뀌고 궁극에서 행성 표면과 대기까지 바꿔놓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코완 교수는 “지구를 포함해 모든 암석형 행성은 용암의 세계에서 시작해 급속히 냉각되면서 딱딱하게 굳게 됐다”면서 “용암 행성은 행성 진화에서 이런 단계를 엿볼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K2-141 b의 밤과 낮 지역 온도를 일별한 스피처 우주망원경 자료만 갖고있지만 내년 10월에 JWST가 발사되면 행성의 대기가 예측된대로 움직이는지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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